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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좋은예산 2011년 3월호]
흥청망청 재외공관, 나라 망신도 다반사
최승우(좋은예산센터 상임활동가)
외교통상부 업무는 크게 3가지 분야, 즉 정무외교, 경제․통상외교, 영사업무로 나눌 수 있다. 정무외교는 정상외교 중심의 외국과의 양자협력 및 협의를 말하고, 경제․통상외교는 에너지․자원개발 등의 협력과 통상분쟁 해결,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상사분쟁 등을 주로 다루는 것이며, 영사업무는 국외여행자 및 재외동포 관리 중심인데,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른 재외국민 선거 관련업무 등이 그것이다.
외교통상부 예산규모는 2010년도 1조5203억 원이며, 소관별로 보면 본부 1조651억 원(70%), 재외공관 4409억 원(29%), 외교안보연구원 143억 원(1%) 등으로 나뉜다. 외교부 예산의 1/3을 사용하는 재외공관의 예산운용이 방만하다는 점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지만,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시 한 번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2010년 7월 감사원이 외교부 본부 및 156개 재외공관 중 1/10인 16개 재외공관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발표로 드러난 재외공관 운영실태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계속해서 발생하는 회계비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고, 둘째 경제․통상환경 및 영사업무 등을 고려할 때 재외공관 조직․인력운용 등 외교역량의 불균형과 미흡함이 나타나고, 셋째 예산이 당초 목적과 맞지 않게 집행되거나 해당 업무에 적절한 대응 및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넷째 부당한 사증 발급과 재외국민 사건․사고 처리시스템 관리 미흡 등 영사업무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다섯째 비효율적인 재외공관 국유화 추진에 의해 예산이 방만하게 집행되고 있는 점 등이 지적됐다.
- 재외공관 회계비리, 덮으면 그만?
주(駐)키르키즈스탄 비슈케크 한국교육원에서는 2006년 2월 10일부터 2010년 2월 9일까지 지속적으로 원장이 운영경비 등 예산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관서운영비에서는 한국에서 자원봉사자로 초빙된 작가들에게 지급하지도 않은 수당을 지출한 것처럼 지급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72건 6만3021달러(7000만 원), 한글학교 운영비에서는 볼펜 등 기념품 구입비를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84건 12만3476달러(1억3800만 원), 공금을 개인명의 계좌에 넣어 관리하면서 허위 지급계산서를 작성하거나 무단 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156건 18만6497달러(2억900만 원)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자녀학비보조수당 1만3245달러(1400만 원)도 부당 수령했다.
원장의 횡령 사실은 이미 2008년 5월경 대사대리에 의해 인지되었지만, 대사대리는 정식보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비위사실을 후임대사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더구나 이메일을 받은 후임대사도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한 재외동포재단이 원장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고 집행결과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찾아내고, 2010년 1월 외교부에 감사 필요성을 제기할 때까지 대사관에서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주멕시코 대사관 문화홍보관에서 관서운영경비 출납공무원으로 근무한 한 직원은 2007~2008년간 관서운영경비 잔액 4615달러(500만 원)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2009년에는 관서운영경비 8500달러(950만 원)를 유용한다. 외교부의 ‘재외공관 회계업무 처리지침’에 따르면 이자 등 수입금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고에 납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직원은 2007년 9월 부임한 이후 2009년 10월까지 2년간 공금 사용액에 대하여 환급받은 면세환급금 1851달러(200만 원)를 개인계좌로 입금받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 직원은 출납담당으로 부임한 후 2년 동안 회계 관련 보고조차 하지 않는 불성실한 근무태도에도 불구하고 2010년 3월까지 출납담당으로 근무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가능했다는 점을 볼 때 재외공관에서 관서운영비를 자기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일도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을 것도 같다.
주미국 대사관은 ‘외교활동비 집행지침’에 따라 적극적인 정보수집활동 및 외교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공관원에게 기본정보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공관원은 기본정보활동비를 집행한 후 사후정산 시 수령액의 50% 이상에 대해서 영수증을 제출하여 정산하고, 재외공관은 기본정보활동비 집행결과를 연 2회 정기적으로 외교부 본부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2008~2009년까지 공관원에 지급된 기본정보활동비 40만4064달러(4억5000만 원) 중 영수증 첨부 정산실적은 10.5%인 4만2248달러(4700만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금액은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미국 대사관은 집행결과를 2년 동안 한 차례도 외교부에 보고하지 않았지만, 지침에서 정한 기준에 합당하게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조치만으로 마무리된다. 4억 원 상당의 예산이 엉망으로 집행되었는데, 주의조치로 끝난 것이다.
이런 사건이 빈발하는 것은 재외공관 운영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다. 재외공관의 교육원장과 문화원장 등이 혼자서 지급결의서 작성 및 계좌 운영을 하고 있지만 이를 통제․감독할 수 있는 회계처리지침 및 예산집행 관련 전산시스템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언제든 회계 관련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실정이다. 또한 외교부장관은 ‘재외공무원 복무규정’(대통령령) 제11조 및 제11조의2에 따라 재외공관의 효율적인 예산운용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시행하고, 공관장은 외교부장관의 명을 받아 해당 재외공관의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재외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되어 있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원과 문화원 등을 지도․감독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통제가 취약한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비슈케크 한국교육원장의 횡령 및 부당수령 사실을 대사가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방치하였고, 주멕시코 문화홍보관 출납공무원은 2년간 월별 출납계산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는데 아무 제재 없이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회계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재외공관 사무처리규정’(외교부 훈령) 및 ‘재외공관 회계업무 처리지침’(외교부 내규) 등 규정을 마련하고, 재외공관 회계업무의 투명성을 위해 본부에서도 재외공관 회계업무 조회가 가능한 행정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미국 대사관의 기본정보활동비 운영에서 볼 수 있듯이 문제가 적발돼도 ‘앞으로 잘 합시다’ 정도로 끝내는 풍토에선 소용없는 일이다.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해외 교육원과 문화원을 제대로 된 회계 시스템 없이 운영하고, 회계부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무기력한 교육부나 문화부도 문제지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재외공관임이 분명한 교육원과 문화원의 회계부정에 무감각한 외교부 역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더욱 큰 문제점은 회계업무지침을 어겨도 주의 정도로 끝나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회계 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 현지어 가능자 전무한 공관 수두룩
이명박 정부는 요란하게 ‘자원 외교’를 떠들면서 2010년에만 해외자원 개발 관련예산으로 1조7021억 원을 투자하였다. 그러나 세계 광물자원의 30%를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의 재외공관 수는 2009년 말 5개 공관이 축소되면서 13개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아프리카지역 공관 전체의 외무공무원 수는 1988년 70명에서 2010년 2월 46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기존 9개 공관 중 8개 공관에서 외무공무원이 1명씩 감소하였으며, 외교정보직과 계약직은 11명에 불과하고, 영사직 6명 중 3명은 외국어 능력 미달로 나타났다. 현지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도 태부족이다. 사실상 아프리카 재외공관 활동은 정상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어가 불가능하여 외교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비단 아프리카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영어권 공관에선 현지어 가능자가 40% 미만인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2009년 말까지 아시아지역은 12개, 유럽지역은 11개, 중동지역은 1개 재외공관이 증가했다. 하지만 수만 늘어나면 뭐하겠는가? 현지어 구사도 불가능한 인력을 배치하면서 재외공관 수만 늘려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표1> 현지어 가능자가 40% 미만인 비영어권 공관 현황 (2010. 3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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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어 가능자 수 |
공관 수 (비율) |
공관명 (외무공무원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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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명 |
26 (16.7%) |
교황청(3), 그리스(4), 네팔(4), 노르웨이(4), 덴마크(4), 라오스(4), 루마니아(4), 리비아(4), 불가리아(4), 세르비아(4), 슬로바키아(4), 아프가니스탄(6), 앙골라(3), 온두라스(2), 예멘(3), 이라크(6), 쿠웨이트(4), 크로아티아(5), 타이(8), 포르투갈(4), 핀란드(5), 헝가리(5), 이스탄불(3), 젯다(3), 호치민(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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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
20 (12.8%) |
가봉(3), 베트남(8), 벨라루스(4), 사우디아라비아(6), 스위스(4), 오스트리아(14), 이탈리아(8), 이집트(6), 투르크메니스탄(4), 체코(5), 폴란드(5), 니카라과(4), 아제르바이잔(4), 엘살바도르(4), 코스타리카(3), 코트디부아르(3), 터키(4), 밀라노(3), 상파울루(4), 상트페테르부르크(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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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
2 (1.3%) |
멕시코(7), 우즈베키스탄(6) |
외교부는 외무공무원의 외국어 능력을 기준으로 활용하여 2007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외무공무원 1236명을 재외공관으로 인사 발령한다고 했지만, 2010년 3월 기준으로 재외공관에 근무하고 있는 외무공무원 788명 중 66명(8.4%)이 재외공관의 주요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외국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2005년부터 에너지 등 자원개발 강화를 위해 재외공관 일부를 에너지 거점공관으로 선정했다. 2009년 6월 기준으로 에너지 거점공관은 총 78개에 달한다. 이들 공관 중 중점협력공관은 16개(20.5%)로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어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가능성이 큰 국가들이 해당된다. 유망협력공관은 47개(60.3%)로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커 중․장기적인 자원개발 가치를 보유한 국가들이다. 정보수집공관은 15개(19.2%)로 단기적인 진출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관련동향 파악 및 정보수집이 필요한 국가의 주재공관들이다.
<표2> 에너지 거점공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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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공관명(밑줄은 에너지주재관 운영공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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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협력 (16) |
몽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페루, 브라질, 콜롬비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총), 예멘, 이르쿠츠크(총),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이라크 |
|
유망협력 (47) |
베트남, 호주, 동티모르, 미얀마, 키르기즈,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파푸아뉴기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칠레, 에콰도르, 볼리비아, 멕시코, 도미니카(공), 트리니다드 토바코, 온두라스, 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잠비아, 알제리, 적도기니, 수단, 가봉, 가나, 앙골라, 모잠비크, 기니, 코트디부아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이란, 요르단, 우크라이나, 터키, 캐나다, 알마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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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수집 (15) |
중국, 일본, 스웨덴, OECD, 오스트리아, EU, 영국,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이스라엘, 미국, 뉴욕(총), 본(분) |
그런데 중점협력공관 중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예멘, 이라크 공관은 현지어 가능자가 40% 미만이다. 심지어 예멘 등은 에너지주재관 운영공관이지만, 현지어 가능자가 전혀 없다. 유망협력공관 중 베트남, 멕시코, 온두라스, 리비아, 가봉, 앙골라, 코트디부아르, 사우디, 쿠웨이트, 터키도 현지어 가능자가 40% 미만이며 리비아, 앙골라, 온두라스, 쿠웨이트 등은 현지어 가능자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도 안 통하는데 몸짓 발짓으로 자원 개발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 한번 받은 예산은 무조건 다 쓴다?
외교부는 국가 위상에 맞는 외교활동 기반 조성 및 테러위험 대처 등을 목적으로 재외공관 국유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49년 7월 주미국 대사관 청사 매입을 시작으로 2010년 3월 말 현재 156개 재외공관 중 청사 67개, 관저 81개 등 총 148곳의 국유화가 이뤄졌고, 주러시아 대사관 등 12개 공관에서 국유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1974년부터 국고채무부담행위로 조달하고, 원금 및 이자 상환액은 매년 일반회계 세출예산에 편성하고 있는데, 2009년 말 현재 기채 잔액은 1억5984만 달러인 데 비해 연도 중 지급한 이자액이 524만 달러에 달해 이자 상환액이 기형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국유화사업 운영지침’에 총사업비를 부지매입비, 설계․감리비, 시설비 및 시설부대비로 편성하여 집행하도록 하고, 국유화사업 종료 시 사용내역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 지침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과 달리 구체적인 집행계획도 수립하지 않은 채 자산취득경비와 예비비(시설비의 10%) 등으로 시설부대비를 편성하여 집행할 수 있고, 사업종결 보고시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감사원 감사결과 여러 재외공관들에서 이런 허점을 악용한 부정 사례가 적발되었다. 주베트남 대사관은 2010년 신규사업으로 청사․관저 신축을 추진하면서 자산취득경비나 예비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계획도 없이 건설비의 15%인 180만 달러를 편성하고, 시설부대비(281만 달러)가 건설비(1187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6%나 되어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이상한 예산편성을 했다.
아울러 2005~2009년 사이에 재외공관 국유화사업 종결을 보고한 9개 공관 중 입주일 현재 잔액이 있던 7개 중 4개 공관의 사업비 집행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주센다이 총영사관은 기존에 사용하던 관저를 2004년 11월 5일 매입하고, 공관을 신축하여 2006년 12월 27일 신축공관에 입주했는데, 남은 사업비 24만5000달러(2억7000만 원)를 매입 후 2년 8개월이 지난 2007년 7월 관저의 개보수에 6만 달러(6800만 원), 카펫 및 침대 구입에 5600달러(630만 원) 등으로 써버린 후 2007년 8월 29일에서야 종결보고를 했다.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은 2006년 11월 11일 신축한 청사․관저 및 직원주택에 입주할 당시 남은 사업비 42만3000달러(4억7500만 원)를 각종 수리비와 가구․전자제품 구입 및 입주 후 1년 6개월이 지난 2008년 5월 부임한 직원의 주택 비품비 등으로 전부 집행하고, 2008년 12월 17일에서야 577달러(65만 원)가 남았다며 종결보고를 했다. 주이탈리아 대사관은 2006년 12월 1일 새 공관 입주 후 남은 사업비 36만2000달러(4억 원)를 입주 후 1년이 지난 2007년 12월부터 수영장 배수관 교체 및 로봇청소기 구입 등에 1만4500달러(1600만 원), 넝쿨 제거 및 보수 등에 13만7000달러(1억5400만 원), 정원수 전지 및 보수에 2만4600달러(2800만 원) 등으로 사용하여 총 33만1800달러(3억7300만 원)를 집행하고 나서야 2008년 11월 22일 3만 달러(3400만 원)만 남았다고 보고했다. 주제네바 대표부는 2007년 4월 신축한 관저에 입주할 당시 남은 사업비 38만4600달러(4억3200만 원) 중 13만1600달러(1억4800만 원)를 다리미, 탁구대, 실내운동용 자전거, 소파 등을 사는 데 쓰고, 1년이 지난 2008년 5월부터 정원조경에 18만9000달러(2억1200만 원), 야외조명 공사에 3만4000달러(3800만 원) 등으로 쓴 후 2009년 5월 15일에서야 1274달러(140만 원)만 남은 것으로 처리했다. 유사한 사례가 이처럼 많은 것은 재외공관 예산집행이 매우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음은 물론 애초 예산편성 자체가 과다 계상되는 일이 비일비재함을 입증하고 있다.
- 재외공관 운영 난맥상의 종결자, 상하이 스캔들
최근 드러난 ‘상하이 스캔들’은 재외공관 운영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종합선물세트이다. 2008년 하반기 상하이 총영사관에 파견된 지식경제부 소속 김모 영사는 한 중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져 애정서약 각서까지 쓸 정도에 이르렀다. 2009년 8월 법무부 소속 허모 영사도 부임하면서 소개받은 같은 중국 여성과 내연관계로 발전하여 그녀에게 영사관 직제표 등을 제공하고 이중비자를 발급해주기까지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외교부 소속 박모 영사도 이 여성에게 고위인사 면담을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여성과 찍은 친밀한 사진이 발견된 김모 전 총영사도 국내 주요 인사들의 연락처 유출과 관련되어 조사를 받는 등 고위급 외교관들이 줄줄이 연루된 이 사건은 이미 단순한 치정사건을 넘어서 외교문제로 비화되어 버렸다.
우선 상하이 영사관처럼 몇몇 재외공관에는 전문성과 실무역량보다는 ‘낙하산’ 공관장이 임명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낙하산 인사 대부분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외교업무보다는 국내 정치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공관 본연의 업무는 소홀하기 십상이다. 외교부 직원들과 국정원 등 다른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들 간의 뿌리 깊은 반목도 존재한다. 국정원에서 파견된 직원은 공관장 및 공관 근무자들에 대한 감시 역할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직원들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외교부 직원들은 다른 부처의 직원들이 재외공관 근무기간 동안 해외에서 맘 편히 있자는 심리가 강하고 복귀할 때를 대비해 소속부처의 평가에만 신경 쓴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법무부 파견 직원들은 비자발급 업무를 배타적으로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점검 및 통제 시스템이 빈약하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상하이 스캔들이 특별히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6~2009년 주몽골대사로 근무한 직업외교관 출신 박모 대사가 몽골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후 이 여성으로부터 협박까지 당한 사실이 최근 보도되었고, 2010년 5월 주독일대사관 공사참사관이 베를린 시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독일 외무부가 주독 한국대사관의 고위관계자를 불러 유감을 표명한 일도 있었다. 또 2010년 4월 주미대사관의 고위간부는 근무시간에 퇴폐 마사지업소에 출입하다가 미국 경찰에 적발되는 등 재외공관에선 각종 추문이 끊일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가 개선 없이 반복되어 왔음을 볼 때 막상 재외공관 내부에선 상하이 스캔들도 크게 놀랄만한 사건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외교관은 대한민국 법에서도 면책특권 누리나?
비엔나 협정에 따라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률로 처벌받지 않는 형사상 면책특권을 보장받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외교관을 체포, 구속할 수 없다. 다만 외교관의 형사상 면책특권은 ‘절차상 면책’이지 ‘실체적 면책’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외교관은 주재국이 아닌 자국 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외공관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위는 자국과 시․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데다, 재외공관 특유의 정보 폐쇄성 때문에 국내에서 제때 내용을 확인하고 대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외교부 내부에 만연한 온정주의와 낙하산 인사들의 ‘힘’ 행사 때문에 처벌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심지어 스캔들을 일으켜 물러난 공관장을 위해 좋은 자리를 ‘알선’해주기도 한다. 몽골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사표를 낸 박모 대사도 외교부의 ‘보은 인사’ 관행 덕에 최근 공기업 고위직에 채용되었다고 한다. 정부 역시 재외공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국가와의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해 쉬쉬하며 덮어버리기 일쑤이다. 재외공관에 만연한 예산낭비와 비리행위에 대한 적절한 예방 및 시정조치 없이 직원들의 양심에만 기대고 있는 꼴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재외공관 근무자들은 주재국뿐 아니라 자국법에 대해서조차 면책특권을 누리고 있는 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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