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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좋은예산 2011년 2월호]
국회 ‘나 홀로’ 무상의료, 가족 출입기자도 혜택
박신용철(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복지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역동적 복지국가론’, 천정배 민주당 의원의 ‘정의로운 복지국가론’, 진보신당의 ‘사회연대 복지국가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국형 복지국가론’ 등 다양한 복지국가 모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당론으로 ‘3무 1반’(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정책을 확정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복지=세금 폭탄’이란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대응하고 있다.
- “국회병원은 모두 무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상위그룹인 국회의원들이 2004년부터 무상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면 믿을 시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국회출입기자인 박신 씨는 감기몸살에 걸려 골골대다가 국회에도 병원이 있다는 소식에 국회본청 1층에 있는 내과의 문을 두드렸다. 처방전을 받으면서 “얼마에요?”라고 묻자 “무료입니다. 국회 내 의무실은 모두 무료입니다.”라고 답했다. 속으로는 이런 횡재가 있나 싶었지만 화장실에 가서 뒤처리를 하지 않고 나온 것 같은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의원과 치과를 차례로 방문했다. 기본 진료항목은 모두 무료였다. 대한민국 상위그룹 국회의원과 최소한의 기준으로 잡아도 대한민국 스탠다드그룹인 국회사무처 공무원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로 지정돼 의료보호대상자로 전락한 것도 아닐 텐데 왜 무료일까. 그래서 국회사무처에 다음과 같이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국회사무처는 2004년 ‘국회의무실운영내규’를 제정했다. 국회의사당이 무상의료구역이 된 근거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국회에는 본관에 내과의무실, 치과, 한방진료실이 있고 국회의원회관에는 내무의무실, 한방진료실이 있다. 직접 확인한 결과 국회의원회관 1층에는 임상병리실도 있지만 누락해 답변했다. 이들은 “각 진료분야의 기본항목을 중심으로 진료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주변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국회 주변에 병원이 없어 여의도역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또한 불철주야 나랏일을 하시는 국회의원과 보좌관님들의 여건상 어쩌면 당연한 조치라는 판단도 들었다.
그런데 국회의무실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국회의무실운영내규에는 △국회의원 및 국회공무원(이하 진료대상자) △진료대상자의 가족(직계존․비속과 그밖에 부양하고 있는 자에 한함) △그밖에 국회 업무와 관련이 있는 자로서 사무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 폭이 국민건강보험법의 직장가입자보다 광범위하다.
국민건강보험법이 명시한 직장건강보험가입자의 대상과 자격요건을 살펴보자. 국민건강보험법은 1인 이상 노동자를 채용한 기업은 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보수 또는 소득이 없는 자'로 규정하고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장가입자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 포함) △직장가입자의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 포함) 및 그 배우자 △직장가입자의 형제, 자매를 대상으로 한다.
- ‘무상의료 실현’ 위해 2004년 국회내규 제정
직장가입자는 한 가구에 여러 명의 직장인이 있으면 각각 별도의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6인 가족 기준으로 세대구성원 가운데 단 한 명만 직장에 다니고 다른 세대원의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경우 피부양자로 의료혜택을 받는다. 맞벌이부부의 경우, 한쪽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당사자와 피부양자는 건강보험증을 소지하지 않아도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만 확인되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진료를 마친 뒤 처방전을 받기 전 꼭 거쳐야 할 과정이 진료비 계산이다. 진료비는 건강보험관리공단 부담금과 본인부담금으로 나뉘고 비급여대상인 경우도 본인이 진료비를 내야 한다. 국회의무실에 준해보면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으로 진료비 일부를 납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쿠바처럼 예방의학과 무상의료가 제도화된 나라가 아니고 건강보험기금의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사무처 공무원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본인부담금을 낼 이유가 없다. 국회의무실운영내규 덕분이다. 치과진료의 경우 일반진료는 무료지만 나머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두기로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치과 치료비용보다 저렴한 것은 분명하다.
국회는 본인부담금 부분을 어떻게 충당하는 것일까. 국민의 혈세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공무원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다. 본인들도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월급을 받으면서 또다시 국민의 혈세로 본인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예산은 2007년 2824만1000원, 2008년 3189만 원, 2009년 3173만5000원, 2010년 9월 현재 2740만2000원 등 총 1억1926만8000원이다. 국회사무처가 본인부담금을 혈세로 충당한 예산항목은 ‘의약품 위생재료비 등’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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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무실운영내규 제6조(진료비) ① 진료대상자 및 그 가족에 대한 건강관리를 위한 진료(치과진료 및 종합건강검진은 제외한다) 및 물리치료와 제9조의 규정에 의하여 실시하는 검진은 무료로 한다. ② 제1항에 규정된 것 외에 진료대상자의 요청에 의하여 실시하는 진료 및 검진에 대하여는 실비를 징수한다. 이 경우 실비를 징수하는 진료․검진항목과 실비의 기준 등에 관하여는 국회후생복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무총장이 정한다. |
- 생계형 체납자 걱정도 ‘악어의 눈물’
연봉 1억이 넘는 국회의원과 7명의 보좌진은 최소기준으로 잡아도 대한민국 스탠다드 소득계층이다. 국회사무처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은 국정감사나 정기․임시국회에서 저소득층의 보건의료, 생계문제 등에 대해 자못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어가며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의원들이 발표한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8년 4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체납현황'은 지역가입자 201만여 가구가 1조5874억 원을 체납했다. 체납가구가 전체 지역가입자 798만2000여 가구의 25.2%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같은 해 8월 현재 건강보험료 체납사업장은 5만4697곳으로 금액으로는 1905억 원이다. 이 가운데 종업원 50인 미만인 영세사업장이 5만4394곳으로 99%에 달한다. 2010년 6월 현재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지역가입자는 154만 세대, 전체 체납보험료는 1조8047억 원(지역 1조6506억 원, 직장 1541억 원)에 달한다.
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체납자 설문조사에서 80.4%가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고 답해 생계형 체납자가 80%로 추정된다.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혜택이 제한되는 가입자의 79.4%가 연소득 1천만 원 미만이다. 건강보험공단은 2010년 8월 11일부터 10월 10일까지 체납 건강보험료를 자진납부하면 부당이득금(공단부담금) 납부를 면제해준다. 일시불로 납부하기 어려운 경우 24회 이내로 분할납부도 허용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체납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의료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체납 건강보험료 자진납부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올해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5%이상 또 올랐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의원들의 세비를 깎은 뒤 그동안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13년간 동결된 국회의원 세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그동안 꾸준히 인상돼 65%나 증가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1998년 6820만 원이던 국회의원 급여가 2000년에 7510만 원으로 인상됐고, 2004년에 1억90만 원으로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2007년에 1억670만 원, 2008년 1억1300만 원으로 오른 뒤 2009년과 2010년에만 동결했다. 시민들은 생존권의 벼랑에 내몰리는데 이런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그들만의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 의원․직원 가족, 출입기자도 무료
국회의무실운영내규와 운영상에 있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용대상 규정 가운데 ‘그밖에 국회업무와 관련이 있는 자로서 사무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란 대목이다. 애매하고 폭넓은 이 규정에 해당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국회사무처 한 관계자는 “출입기자, 식당 및 청소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기타에 해당한다고 했다. 국회 내 주정차 단속을 한다며 하루 종일 의자 하나 주지도 않고 밖에 세워놓는 단속요원이나 국회의원회관과 본청 청소노동자, 국회 관리노동자, 식당노동자 등이 국회의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출입기자도 대상이라는 것이 납득하기 쉽지 않다. 국회 출입기자는 국회사무처 공무원에 준한 대접을 받는다. 일반인이 국회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35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출입기자는 2500원만 내면 된다. 정론직필, 사회적 공기라는 등의 미사여구를 사용해가며 자신들의 언론권력을 마음껏 누리는 기자들은 공무원이 아니다. 기자들은 해당언론사에 정규직으로 4대 보험료를 납부하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다. 경험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공․사적인 자리에서 단 한 번도 국회 출입기자들이 국회병원 진료비 무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다음은 국회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운영비 부분이다. 공무원은 크게 정무직․일반직․별정직․계약직․기능직 등으로 구분되며, 계약직은 일반계약직과 전문계약직으로 구분된다. 당연히 전문계약직은 일반계약직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다. 경험상 상근계약직 가급의 월급여(세후)는 240만 원가량이고 전문계약직 라급은 300만 원 이상이다. 국회의무실에는 의사 3명, 간호사 4명, 방사선사 1명, 임상병리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이 근무한다.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같은 직종의 노동시장과 비교하면 과분하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국회사무처에 요청한 ‘2007~2010년 9월 현재 국회 내 진료기관 의사, 간호사 등 직원 급여와 운영비 등’에 대한 공개요청 답변이다. 국회사무처는 “전문계약직 공무원의 급여는 개인 신상에 관한 사항이므로 비공개 대상”이라고 했고 운영비에 대한 것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공무원 채용사이트인 ‘나라일터’에 들어가면 전문계약직 공고문에 이미 전문계약직의 급여수준이 대략적으로 명기돼 있어 사실상 개인 신상에 관한 사항이 아니다. 이는 국회사무처 운영지원과 한 관계자도 동의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세 번째, 법제처에서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는 연혁법령, 현역법령을 포함해 행정규칙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국회의무실운영내규’는 검색되지 않는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상세검색을 해도 마찬가지다.
사기업에서 직장 복지차원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전해준다면 환영하고 널리 확산할 일이다. 그런데 이제 무상급식을 두고도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복지국가의 견습생인 한국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 그것도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공무원 등 대한민국의 스탠다드 이상의 직군인 이들의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 뿌리 깊은 특권의식, 진보정당도 마찬가지
보건의료단체를 중심으로 1인당 연간 100만 원이 넘지 않도록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활발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아 백혈병이나 암 등 심각한 질병에 걸리면 패가망신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민 1인당 평균 12만 원에서 20만 원가량의 사보험 부담을 경감하고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90%까지 확대하자는 취지다. 조세형평성과 분배의 원칙에 따라 더 많이 번 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 조세형평성과 소득재분배 원칙을 강화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건강과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성 등을 최소한 지키라는 것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불안심리를 줄이기 위해 1인당 평균 12~20만 원 가량의 사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서민들은 생계불안과 동반한 발병이 겹치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의 문을 두드렸다. 민주노동당은 17대 시절 의원전용 엘리베이터(2010년 말 부활)나 의원전용 출입문 등의 문제를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제기해 국회의 권위주의를 깨려 노력했다. 민주노동당 한 의원실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거론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국회보건소와 같은 것"이라고 치부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보건소는 65세 이상 노인, 생활보호대상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영유아의 경우도 국가필수 예방접종 중 8종의 예방접종 백신을 무료로 지원한다. 주민들은 일반 병의원보다 50~60% 값싼 1천 원가량의 진료비만 납부하면 이용 가능하다. 모든 진료과목이 무료인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김 모 주무관은 “보건소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한다. 보통 65세 이상, 의료보호대상자, 영유아 법정전염병 예방주사 7종 등은 무료이고 다른 의료서비스는 일정한 보건소 이용수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소 이용비용은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에 따라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어느 보건소의 경우 65세 이상인 경우 무료일 수 있지만, 다른 지자체 보건소는 65세 이상에 장애인, 수급권자 등을 더해 운영하는 곳도 있다.”면서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마다 특성이 있는데 아동 구강보건사업, 65세 이상 서비스, 충치치료 및 구강보건 예방사업 등 특화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소가 지역주민 일반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거점 주치병원인 반면 국회의무실은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공무원 등 일부계층만 특정대상으로 한다. 시골 보건소와는 기준과 상황이 다른 것이다.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은 국민 세금으로 적지 않은 급여를 받고 있으며, 대체로 중산층 이상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또한 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나눠 받고 있는 국회 출입기자 등도 결코 저소득 취약계층으로 보기는 힘든 사람들이다. 더구나 국회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우리말로 바꾸면 ‘가진 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진 자의 자기책임을 국민 혈세로 메우는 행태는 또 하나의 특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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